이병률의 여행산문집 『내 옆에 있는 사람』은 제목부터 오래 머문다. 멀리 있는 누군가가 아니라,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시작부터 조용하다. 화려한 여행기가 아니라, 길 위에서 마주한 사람과 감정에 대한 기록에 가깝다.
책을 읽다 보니 여행지의 풍경보다 사람의 표정이 더 오래 남았다. 바다와 골목, 낯선 도시의 공기보다 그 공간 속에 서 있던 '사람'이 중심이 된다. 작가는 스쳐 지나간 인연들, 잠시 머물렀던 대화들, 설명할 수 없는 거리감을 담담하게 적어 내려간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여행 이야기이면서도 결국은 관계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사람에게 다정하지만 동시에 쉽게 상처받는 마음에 대한 고백이었다.가까이 있지만 완전히 알 수는 없는 거리, 말하고 싶지만 끝내 삼키게 되는 감정, 오래 머물 것 같다가도 결국 떠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조용히 이어진다. 우리는 늘 누군가의 옆에 서 있지만, 그 옆이라는 위치가 얼마나 불안정한 자리인지 새삼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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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동안 자연스럽게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을 떠올렸다. 당연하게 여기던 관계들, 특별한 이유 없이 연락이 뜸해진 사람들, 말하지 못했던 고마움과 미안함이 스쳐 지나간다. 멀리 떠나지 않아도, 굳이 여행을 하지 않아도 이미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작은 여행을 반복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병률의 문장은 과하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빈 공간을 남겨 둔다. 그 여백에 독자의 기억이 스며든다. 그래서 이 책은 빠르게 읽히지만, 쉽게 덮이지는 않는다. 문장을 읽다가 잠시 멈추게 되고, 멈춘 자리에서 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우리는 종종 멀리 있는 무언가를 그리워하지만, 사실은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그런 나를 조용히 돌아보게 했다.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거창한 고백이 없어도,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많은 것이 시작되고 있다는 것을.
책을 덮고 나니 당장 누군가에게 연락을 하고 싶어졌다기보다는, 그냥 조금 천천히 바라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을, 그리고 내 옆에 머물고 있는 이 시간을.
아마도 이 책은 한동안 조용히 떠오를 것 같다. 특별한 계기가 없어도, 문득 생각나는 얼굴처럼.
※ 개인적인 독서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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