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정영욱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 — 스스로에게 건네는 가장 조용한 위로

KangsuLab 2026. 3. 5. 07:01

정영욱 작가의 에세이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는 제목만으로도 이미 한 문장을 건넨다. 특별한 사건을 다루는 책이 아니라, 지금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에게 조용히 말을 거는 책이다. 표지에 적힌 문장처럼, 어쩌면 우리는 이미 잘해 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단정하지 않는 태도'였다. 작가는 섣불리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매일 겪는 걱정과 불안, 무너지기 쉬운 마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괜히 불안해지는 날, 이유 없이 스스로를 탓하게 되는 순간, 남들과 비교하며 작아지는 마음에 대해 솔직하게 적는다.

 

인상 깊었던 점은 잘 되지 않는 순간조차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문장이었다. 우리는 무너지지 않기 위해 애쓰지만, 사실은 조금씩 흔들리면서도 버티고 있다. 완벽하지 않아도, 확신이 없어도, 오늘을 살아냈다면 그 자체로 충분하다는 메시지가 책 전반에 흐른다.

 

읽는 동안 나 역시 지난 시간들을 떠올렸다. 잘했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선택들, 후회로 남아 있던 장면들, 그때는 실패라고 여겼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그 모든 과정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의 불안과 망설임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다.

 

이 책은 큰 소리로 위로하지 않는다. 대신 낮은 목소리로 반복한다. "괜찮다"고. "이미 충분하다"고.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누군가에게 듣고 싶었던 말이지만, 쉽게 들을 수 없었던 문장을 대신 전해주는 느낌이었다.

 

삶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내일의 걱정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오늘 하루를 버텨낸 나에게 한 문장쯤은 건네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라고.

 

책을 덮고 나니 갑자기 용기가 생긴다기보다는, 마음이 조금 정돈된 느낌이 들었다. 당장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스스로를 너무 몰아붙이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남았다.

 

아마도 이 문장은 한동안 마음속에서 조용히 반복될 것 같다. 힘들지 않은 날보다, 괜히 흔들리는 날에 더 자주 떠오르면서.